"혹시 당신은 자신을 흙수저 혹은 지잡대 출신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신이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하고 답을 찾아야 할 것은 바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이다.

나는 지방에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성적도 반에서 중위권 이하였고, 공고에서도 최상위권은 아니었으며, 수능점수는 여수대학교에도 겨우 들어갈 정도인 223/400점을 기록했다. 집에 빚은 없었지만, 재산은 항상 0원에 수렴했고, 사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내가 수능을 본 지 20년이 지났다. 청년들의 구직 환경은 20년 전보다 더 어려워졌고 흙수저가 성공할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으며 계층 이동이 매우 어렵다. 양극화가 심해졌고 부의 대물림이 심하다. 심지어 연예인들도 대물림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 다시 내가 막 수능시험 성적을 받아 본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흙수저에 공고 출신, 영어 수학 바보에, 수능점수 223점(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56점)으로 지방대에 거의 꼴찌로 들어갔고 성격도 소극적이었던 내가 흙수저를 탈출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결과적으로 나는 대기업 종합상사 공채에 합격했다.

비교적 젊은 흙수저 출신 저자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때 상당히 공부를 잘했고 명문대에 진학했다. 과정은 물론 매우 힘들었겠지만, 명문대에 진학하는 순간 훨씬 기회는 많아진다. 나는 군대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했는데 23살에 토익점수 600점 수준이었고 영어 외에 다른 지식은 거의 없었다. 집은 여전히 가난했고 여러 가지가 답답한 상황이었다. 구체적인 꿈도 물론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고 남들보다 많이 늦게 시작하는 흙수저들에게 꽤 유효한 조언을 해줄 경험이 있다.

당신이 흙수저가 아니라면? 그래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실화판 장그래"라고 이야기하는 내 이야기가 조금은 궁금하기 때문이다.

2014년 tvN에서 방영된 임시완 주연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아는가? 지상파 방송이 아님에도 최고 시청률 8.2%를 기록했으니 본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는 몇 편의 에피소드만 봤지만, 원작 웹툰은 다 봤다. 장그래는 바둑 연구생 출신으로 바둑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거치고 빽으로 종합상사를 들어가게 되고 고스펙자들 틈에 끼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장그래의 모습에 나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흙수저, 실업계 고등학교, 지방대 출신으로 상당한 노력과 운으로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 7년간의 대기업 생활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지는 종합상사에서 일했지만, 기본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능력자들 틈에 끼어 힘겨워했고 장그래가 처했던 상황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2015년 10월 태인철강(주)로 이직했다. 2015년 11월 17일부터 시작한 "미생" 시즌2에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온길 인터내셔널은 철강 비즈니스도 하고 있었다. 내가 현 회사로 이직한 직후에 "미생2"가 시작된 건 앞으로 내 인생에도 뭔가 긍정적인 운이 많이 작용할 거라는 암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내가 흙수저에 실업계 고등학교, 지방대 출신이라는 언급을 했었다. 이 책의 제목에 "지잡대"라는 말을 넣은 이유는 내가 입학, 졸업한 대학교가 지잡대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여수대학교도 겨우 들어갔던 난 자신을 지잡대 레벨이라고 생각했다. 수능 223점으로 여수대학교도 간신히 들어갔던 내 수준을 고려할 때 난 "지잡대"라는 어휘를 사용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만큼 대학교도 계층화시키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부모님이 열심히 노력하셨고 60~80년대 한국 고속성장의 결실을 얻어, 나보다는 유복한 가정환경과 더 나은 교육여건을 가졌던 분들도 많이 있다. 난 가난한 친구들이 많이 모여있는 여수공고에서도 과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가난한 편에 속했었으니, 내가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주어진 기회는 적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의 어머니, 새 아버지, 학교 선생님들, 대학교 교수님, 대학교 선배님 등의 수많은 사람 중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칠만한 조언을 해 준 사람은 없었다. 어려운 환경을 겪고 있는 흙수저 출신일 경우 대부분 주변에 좋은 조언을 해줄 사람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재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취득은 훨씬 쉬워졌지만, 그만큼 Junk Information도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직접 어려운 환경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내 글을 읽고 한 명이라도 영감을 얻고 인생이 조금이라도 변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독자층을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지방대 출신, 흙수저 출신으로 타겟팅 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는데 결론은 내 직간접적인 경험 그리고 나의 지식을 함께 나누고, 대학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때처럼 쉬운 언어를 사용하며, 알아듣기 쉬운 비유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같은 사람도 오랫동안 노력하니 책을 낼 수 있다는 걸 흙수저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또, 평범한 사람들이 뛰어난 사람들을 버겁게 따라가면서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아예 인생의 방향을 다르게 설정하는 편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영어 공부를 할 때도 그렇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다른 여러 가지 공부를 할 때도, 지금 시점에서 어떤 게 더 중요한가의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뭐라도 빨리 시작해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고,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금상첨화다. 그리고 늦게 시작할수록 시간의 중요성을 빨리 인지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준전문가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젊은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나타내는 3포, 5포 세대 그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의 독자 중에서 몇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어제의 자신"보다 나아지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독서를 통한 공부를 계속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며, 인생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흙수저가 점점 대물림되는 현실 속에서, 금수저는 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흙수저를 탈출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은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장기전을 준비하고 흙수저임을 차별화의 재료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자."